소하 이수진

의미 없는 약속


햇살 한 줌에
시린 마음 활활 지필 수 있을까


꾹꾹 눌러둔 침묵
낯선 길에서 젖은 가슴 풀어
헤친다

샛바람 부여잡고 들락거리는
기억의 길목마다
의미 없이 던진 고백들
순백으로 덧입혀


너스레 떠는 미소마저
스란치마로 덮어가며
눈꽃마냥 하얗게 밤새우고 싶은데


시린 눈빛만 날을 세우고
얼룩진 속내
피멍 든 마음도 접지 못한 채
추억을 찾아 나서고


끊어내지 못하는 수많은 언약
꼬리 흔들다 잘라내는 민낯
희미해지는 목소리 움켜잡은 채
지난날 태엽 돌리고 또 돌린다


깊숙이 묻어둔 약속
수많은 흔적만 모로 누워
너덜너덜한 마음을 꿰맨다